2019 M03 9

미국은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나라고, 중국은 만리장성을 쌓은 나라다

장기전으로 읽고 있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후반부를 읽고 있다. 생각을 공감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글을 쓴다.
중국은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을 설득하려고 했다. 즉 개발도상국의 주권을 존중했다. 또 선진국이 힘의 우우를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을 지배하려고 해서는 안 되며, 국제 사회에서 모든 나라가 동등한 지위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패키지 방식의 정책은 개발도상국 사이에 커다란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식 소프트 파워가 국민국가 '내'의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이었다면, 중국은 국민국가 '끼리'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전쟁을 불사하며 지켜온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국가 '내'를 향하고 있다. 영국출신 교수인 마틴 자크는 중국이 국가 끼리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중국 스스로 '굴욕의 세기'로 부르는 청조이후 제국주의 침략시대를 이겨낸 중국인지라 국가간 불평등이 존재하는 세계질서에 대해 개발도상국과 이해를 같이 한다. 반면에 식민지 침략으로 부를 쌓고, 산업발전을 빨리 이룬 선진국의 시각에서는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지키는 일에는 힘을 합쳐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걸프전'이라 불렸던 이라크 침공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먼저 스스로 서방에 속해 있으면서 중립적 시각으로 중국의 부상에 대해 위와 같은 해석을 해내는 저자가 놀라웠다. 사실 그의 시각을 배우고 싶어 꾸역꾸역 500쪽이 넘는 책을 읽는 중이다. 하지만 이는 지면을 읽으며 내내 이어오면 생각이고, 특별히 인용한 부분을 읽으면서는 우리 나라의 입장으로 해석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도.
우리국민의 상당수는 국가 제도나 시장 경제 제도에 대해 주입된 미국식 방식을 인정하고 있으리라. 적합하고 아니고 판단이 있는 사람은 소수이고 권위주의 정권이자 군사 독재 시절에 충분한 논의과정없이 미국이 감시하에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으리라. 하지만, 마틴 자크 분류에 따르면 우리는 그 선진국이 아니다. 동아시아 호랑이로 무시할 수 없이 커진 개발도상국 정도로 분류하고 있다. 이해관계로 보면 우리는 점진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서구와 이해관계를 같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뒤이에 또 그러한 생각을 돕는 글이 이어진다.
위안화는 향후 10년(이책은 2009년 출간 서적이다) 이내에 세계 경제의 기축 통화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지금과 같은 미국 주도의 국제 경제 체제가 쇠퇴하고 궁극적으로 종말을 고할 조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략> 특히 동아시에서는 일본 엔화를 밀어내고 사실상 기축 통화 역할을 할 것이다.
2019년 지금 저자의 말대로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시기가 조금 늦춰진다 하더라도 그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우리나라도 그러한 흐름에 맞게 운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의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너무나도 중요해보인다. 그러한 점에서 문재인 정부 뒤를 이어서도 같은 세력이 집권해야 한다. 그 이유를 암시하는 내용이 또 나온다.
중국이 군사 강국이 되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는 의심은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일 수도 있다. 중국의 군비 지출을 놓고 부시 행정부가 수시로 경고를 보냈던 것이나 미국 국방부가 매년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의심과 불신의 분위기를 조장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 이것은 미국이 과거 냉전 시대 구소련과 맞서면서 사용한 수법과 비슷하다.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지금까지 중국은 군사력 강화보다 경제 성장에 치중하는 길을 걸어 왔다.
중국과 미국의 차이를 다룬 내용이면서, 미국이 THAAD 배치로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면서도 명분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드 파워의 중요성이 미국인의 의식 세계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국이 냉전을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국의 태생과 확장 과정에서 표출된 (개척 정신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폭력적인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중국인의 의식 세계에는 이러한 특징이 없다.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자랄 때 공중파가 틀어주는 서부영화로 세뇌된 세대다. 공중파가 시들해진 후에는 대형 미국 배급사에서 람보, 코만도, 로보캅에서 DC로 이어지는 히어로물을 통해 미국이 믿는 가치를 지키는 폭력의 정당성을 세뇌 받았다. 우리 머리속에 있는 모호한 판단을 빼고 역사적 사실을 대충 훑으면 미국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려서 태평양의 패자가 되었고, 미국의 선조들은 배를 타고 와서 원주민인 인디언을 학살해서 땅을 차지했다. 반면에 중국은 만리장성을 쌓은 나라다. 바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