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M01 19

자기 앞의 생 을 읽고

"자기 앞의 생"을 읽고
나는 책 보다 영화를 즐기고, 책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영화에선 여러 번 경험했다.
그것은 주로 배우의 연기가 대사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때 놀랍고, 신기하고, 감동스럽고, 대단하고
흥미롭고, 벅차오른다.
살면서 이야기 형식의 책을 15~20권 정도 읽어본 것 같은데 단 한 번도 영화에서 느낀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자기 앞의 생에서 나온 한 문장에서 정확히 영화에서 느꼈던 감정을 경험했다.
그 한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은 몸 파는 여자의 자식으로, 몸 파는 여자의 자식을 전문으로 맡아 키워주는 보모에게
맡겨진 모모라는 아이이다.
모모는 언제부턴가 도둑질을 하게 되는데, 훔치는 물건이 자신에게 필요해서가 아닌 도둑질을 들켜 상점 주인에게 욕먹고, 얻어맞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모모가 말하는 내용을 잘 설명하기 어렵지만, 
모모는 언제나 자신의 의도를 약간 빗겨나가서 설명한다. 처음부터 끝까지...어떠한 감정을 갖가지 이유를 대어 설명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모모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받아들이게끔 유도된다(이건 지금 이글 쓰면서 알아낸 거임 두 번째 소름ㅡㅡ)
모모는 훔친 물건은 필요 없고, 훔치는 것이 걸렸을 때 주인이 모모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을 원했던 것 같다.
일종의 애정결핍 현상인데, 욕먹고 얻어맞아도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되어 있는 상점 주인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위로가 되었나 보다. 
( 전체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므로 모모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자면 고아이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1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고, 보모는 가난했으며, 10여 명의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 계속 바뀌는 것을 목격했고
아이들의 부모에게 돈이 입금되지 않으면 보모는 매일 같이 투덜댔으며, 친모에게서 자신을 맡아줄 비용이 입금되지 않으면 고아원에 맡겨진다는 두려움이 항상 존재했고, 1명의 보모가 10명에게 나누어주는 관심은 한 명 한 명에게 매우 부족했으며, 또한 보모는 친모가 아니기에 더욱더 작은 애정을 10명이 나누어 받아야 한다는 점을 전제한다..)
그렇게 모모의 도둑질은 매일매일 반복되었고, 욕과 매 맞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날도 모모는 도둑질을 하러 도시로 나갔고 여자 점원이 있는 상점에 들어가 계란을 하나 훔친다. 모모는 계란을 훔칠 때 여자 점원을 주시하며 일부러 천천히 주머니 속으로 넣는다. 모모가 원한대로 여자 점원은 분명히 모모와 눈이 마주쳤고, 모모는 속으로 욕먹을 것과 맞을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 점원의 행동이 평소 다른 점원들과 달랐다. 분명 눈이 마주쳤는데도 자신에게 오지 않고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모모와 분명 눈이 마주쳤지만, 여자 점원은 반응하지 않았고 모모는 자신이 착각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다시 걸려서 욕먹고, 매 맞는 일을 성사시킬지에 대해 잠시 생각하던 차에 여자 점원이 모모에게 다가온다.
모모는 자신이 착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마음에 준비를 한다.
그런데 여자 점원은 모모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너 참 귀엽게 생겼구나? 하고 말하더니 이 계란 하나 먹을래? 하면서 계란을 한 개 집어 주었다. 모모가 예상하던 욕과 매질은 없었다.
모모는 수십 번의 도둑질의 반복에서 처음 겪었던 그 경험을 설명하는데, 내가 깜짝 놀랐던 부분이 이제 나올 모모의 설명을 담은 문장이다.
만약 누군가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모모가 어떻게 설명할지 예상해보았으면 좋겠다..
모모는 설명한다. 
"그때의 경험은 말로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므로 생략한다"
씨봘 개소름
나는 몇몇 친구들에게 이걸 말해주었지만 나의 생각에 한 명만이 공감했는데, 내가 이 부분에서 소름 끼친 이유는
나 또한 처음 겪는 긍정적인 경험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첫사랑을 설명하고, 처음 꿈을 갖게 되었을 때를 설명하며, 처음 친절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영화에서 감동받았을 때 등등
나는 언제나 그것을 더욱더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말할수록 더욱더 화려하고, 잘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저 책에서는 말로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므로 생략한다고 한다.
나는 생략해본 적이 없는 그것을 저 작가는 생략해버렸다. 
근데 이게 미친 듯이 소름 끼치는 이유는, 생략했는데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전달되는 감정이다.
더 소름 끼치는 이유는 저것을 설명하는 순간 가치는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설명을 한다고 치면, 설명에 쓰이는 감정과 단어들은 화자에게 국한되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감정을 설명하는 순간 나 아닌 상대의 관점에서 이해하게 된다.
물론 이것도 충분히 특별하다. 상대의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략해버리면,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에 대입하게 되는데
타인에게 특별한 순간을 설명 듣는 것보다. 내가 느낀 특별한 감정을 대입하는 게 훨씬훨씬더
커다랗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기앞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