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M03 9

[스타트업] 회사의 암적인 존재들 우리는 이렇게 제거했습니다.

소규모 스타트 업을 운영하다 보면 "돈" 문제 외에도 힘든 일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아마도 나열할 필요도 없이 거의 모든 일들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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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회사 내 분열을 일으키고 갈등을 일으키는 암적인 존재들이 있습니다. 습관적인 지각, 산만한 근무, 잦은 개인 일정으로 인한 휴가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암적인 존재들은 극악무도합니다. 이것들은 구성원 간의 신뢰를 끝없이 무너트립니다. 사이좋던 관계를 원수로 만들고 회사 전체를 페허로 만듭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구성원 간 갈등을 고조시키고 마침내 대화를 사라지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일의 실패의 원인의 중심에 서서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회사의 어떤 문제들도 해결하기 어려워집니다. 회사의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의 원인이 그곳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성적으로 문제를 판단하고 해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우리는 7년 차 스타트업입니다. 7년 동안 동일한 창업 멤버로 2번의 스타트 업을 경험했었고 이번이 3번째 스타트 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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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이 암적인 존재들로 인하여 힘든 투병생활을 했습니다. 지금은 이런 암적인 존재들은 말끔히 제거하고 새로운 회사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찾지 못한 작은 암세포들은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이 우리를 더 이상 괴롭히지 못 할 것이며 우리는 그 작은 암세포들조차 자멸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그 힘든 투병생활을 마치게 되었는지 혹시나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계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우리 이야기를 공유해 봅니다.

우리 회사의 기존 운영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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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의 기존 운영 방침입니다. 당시 3~4년간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매일같이 싸우고, 고민하고, 수정하면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고생 끝에 만든 최종본입니다.
  • 근무시간 : 9am ~ 6pm
  • 점심시간 : 12pm~1:30pm
  • 기타 : 야근 없음/ 주말, 휴일(월차, 연차) 반납 없음/ 휴가 2/3일 또는 3/4일 휴가 기간 따로 없음 가고 싶을 때
3~4년간 열심히 만든 게 고작 이것입니다. 다른 회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렇게 만들고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서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야근, 주말이나 휴일 반납 없으니 이제 제발 지각하지 말고 딱! 6시까지만 일합시다"
"점심시간이 길어졌으니 유튜브 같은 업무 외 일은 이 시간에 마음껏 즐기세요"
"야근도 없고 주말과 휴일 보장에 휴가를 원할 때 쓸 수 있으니 그 외 시간은 회사 업무에 투자합시다"

변한건 없었고, 고통은 이전보다 더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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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전보다 발전된 파격적인 운영 방침을보면서 이제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였다. 일주일이나 지났나 싶다. 지각의 악몽이 시작됐다. 모니터 구석에 업무와 상관없는 화면을 띄우고 스릴 넘치게 즐기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치 못할 사유들로 다시 휴일을 연초에 몰아 쓰기 시작했다.
우리의 새로운 운영 방침은 허수아비가 되었다. 그리고 서로 간에 갈등은 훨씬 더 심해졌다. 지각이라는 이전과 동일한 죄이지만 착해진 운영 방침 덕에 죄질은 더 나쁘게 여겨졌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까지 파격적인데, 서로가 얼마나 더 양보해야 하는 거야? 이전보다 모든 것이 더 심각해졌다. 신뢰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불신이 대신했다.
서로의 한숨소리, 시선 회피와 필요한 대화조차도 하지 않았다. 눈치 보느라 업무는 형식적이었다. 스트레스로 우리는 점점 이상해졌고 예민해졌다. 언성 높이며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업무와는 상관없는 감정싸움이었다. 회사 내에서 희망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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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전진할 수없었다. 문제를 찾기 위해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를 하면서 알게 된 건 서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이 있었고 그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날 누구도 상대를 탓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회의는 순탄하게 흘러갔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힘들어도 참고 견뎌 왔던 것이다.
회의는 끝이 났다. 우리가 찾아낸 문제는 이랬다. 우리는 회사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문제를 찾으니 해결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본질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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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본질에 집중하기로 했다. 좋은 제품 만들기였다. 그래서 수년간 힘들게 끌어왔던 업무 시스템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업무 시스템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우리가 한 질문이다.
"이거 하면 좋은 제품 만들 수 있어?"
"아니라면 빼자!"
그렇게 하면서 업무 시스템이 한결 가벼워졌다.

서로를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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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업무 시스템을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우리를 암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린 시스템을 손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만들었다.
"서로가 업무시간과 장소가 달라도 그리고 연락이 즉각적으로 안 돼도 유기적으로 제품의 질을 향상시키고 차질 없는 업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구성원 모두 자신과 상대방의 업무 이해도를 어떻게 높이지?"
"업무는 유기적이니까 서로 간에 스케줄과 진척률도 확인해야겠지?"
크게 이렇게 3가지 질문이었다. 사실 2번째 3번째는 늘 고민하고 노력하던 문제다. 그러나 1번째 질문은 우리 모두 처음 해보는 질문이었다. 질문 자체가 신선했다. 사실 저 질문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깊은 질문이었다.
3가지 질문을 기준으로 뺄 수 있는 작은 것들이라도 더 빼고 남은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하였다. 업무를 추가하진 않았다. 업무 프로세스는 한결 더 가볍고 산듯해졌다.

우리는 암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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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7년 만에 본질에 집중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업무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우리의 업무시스템은 매우 단순해졌다. 업무를 위한 업무는 사라지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업무만 남아있었다. 구성원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우리 상황에 꼭 맞는 업무 시스템이었다. 모두가 만족했다.
구성원은 그대로인데 암적인 존재들이 사라졌다. 우리를 암덩어리로 만드는 모든 조건들을 없애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업무시스템은 우리를 스마트하고 열정 넘치는 구성원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번 경험으로 우리는 본질을 찾는 것, 올바른 질문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마치며

이 글을 쓰면서 그간의 많은 추억이 한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우리는 오늘을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리고 얼마나 더 함께 할 수 있을까?
7년간 3번의 무모한 도전에 함께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의 3번의 도전을 지원해준 동료의 가족들과 투자자들 기타 도움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 업은 SNS에서 접하는 멋진 이야기의 주인공들보다 슬픈 절망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 더 많다. 그만큼 힘들다. 모든 것이 힘들다. 그래도 그 상황을 멋지게 즐기며 벗어나는 스타트 업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작은 경험이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 나 또한 그들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용기를 얻는다. 나에게 용기를 준 사연 공유에 감사드리며 모두 힘내세요.

아주 간략하게 우리가 새롭게 적용한 업무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3주(근무일수 5일 X 3주 = 15일)를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생성합니다.
1주차 : 회의 및 이슈 처리
2주차 3주차에 해야 할 업무 선정 회의 (미팅을 하지 않는 것을 목표. 모든 회의는 Trello, Slack)
120시간 동안 계속 진행되는 온라인 회의에 참석 못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지 않고 진행되는 회의로 생각할 시간도 많아지고 더 깊은 고민도 하고 업무범위도 세세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회의 시간은 월요에 시작해서 계속 진행하면서 일요일에 끝납니다. 문서는 작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Trello, Slack을 통해 모든 내용이 기록되었고 협의가 되었습니다. 그 내용대로 진행하면 됩니다.
2~3 주차 : 각자 업무 진행 (Trello, Slack, Bitbucket, Invision)
회의를 통하여 Trello에 작성된 업무 카드를 기준으로 기간 내 완료. 시간을 이전보다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