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M11 26

[05] 미팅 그리고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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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편] 외주를 결심하다.
  • [02편] 견적 요청
  • [03편] 첫 만남
  • [04편] 첫 외주
  • [05편] 미팅 그리고 미팅
  • [06편] 외주 업무 시작

2번째 미팅

5주 차 월요일이다. 아무런 성과도 없다.
하아...
지난 미팅 기준으로 기대되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클론 만들기 그리고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적은 예산... 등등 그 무엇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실력을 보여줄 기회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소장의 전화가 왔다. 내일 저녁에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H사 대표가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비 오는 화요일 퇴근시간 서울 중심을 꾸역꾸역 뚫고 약속 장소에 갔다. 대형 쇼핑몰이었다. 시간이 남아 30~40분 몰을 구경했다.
약속시간 20분 전이다. 소장에게 전화를 했다. 빵집으로 오라고 했다. 소장과 H사 대표가 있었다. 이들도 일찍이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 같았다.
"식사 먼저 하시지요"
대표가 말했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대표는 그의 경력과 지금 사업 등 자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질문에 답변을 위주로 했고 소장은 중간중간 나와 대표에게 질문과 호응을 했다. 서로를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식사가 끝나고 가까운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몰까?' 궁금했다. 대표가 랩탑을 켜고 파일을 열었다. 이전 미팅에서 봤던 그 자료였다.
내용을 다듬고 정리했다고 했다. 여전히 내용은 콘셉트에 불가했고 어떤 것이 정리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주변 이야기만 늘어났다. 사모님께서 미술을 전공하셔서 컬러는 이렇게... 대표님께서 미디어 관련 일을 하셔서 타이포그래피는 저렇게...
'으...'
대표의 마음은 이해가 됐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 얼마나 고민하고 결정했을지 이해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은 것 말고 큰 틀 먼저 작업해야 한다. 대표와 나와 해야 할 이야기 순서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대표님, 지금 저희에게 중요한 부분은 핵심적인 기능, 주요 목표 등에 대한 정리가 더 급합니다."
"지금 설명해주시는 부분은 고민할 시간이 더 남아 있습니다."
"지금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시는데 우선순위를 잡고 개발을 진행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대표는 매너 있게 "아, 그렇습니까?", "전문가 말을 들어야 겠지요"라고 답하면서 "그래도 제가 설명하는 부분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라고 언짢은 듯 말했다. 마지막 말로 대표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흠...
어려운 프로젝트는 힘들지만 보람된다.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은 힘들고 괴롭고 좋은 결과도 만들기가 어렵다.
소장이 중재를 했다.
"대표님, 우선 이렇게 하시지요"
"오늘, 순수 개발로 하실지, 아니면 템플릿 기반으로 개발을 하실지 정하시고 그것에 맞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거로 하시지요"
소장의 부드러운 진행 덕에 첫걸음을 뗄 수 있었다.
템플릿 기반으로 결정됐다. 이미 결정하고 온 모양이다. H사 대표는 상상하는 모든 기능을 다 넣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순수 개발로 해서 기능을 축소시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H사 대표에게는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우리에겐 정말 하고 싶지 않은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포트폴리오로도 사용 못 하고 실력 발휘도 못하고... 마음이 복잡했다. 약 3시간짜리 미팅은 그렇게 끝났다. 아직도 예산이 얼마인지 모른다.

아... 예...

미팅 끝나고 돌아가는 차 안이다. 9pm 정도 됐다. 피곤하다. 서울 중심부라 그런가 비가 와서 그런가 아직도 길이 좀 막힌다. 전화가 왔다. 소장이다. 서로 잘 들어가는지 간단한 인사를 하고 소장이 조심스레 다음 말을 이어갔다.
"금액... 말인데요..."
소장은 어렵고 난처한 듯 말문을 열었다. 나는 웃으며 첫 미팅 때 말씀드린 데로 1~2건은 금액에 상관없이 한다고 말씀드렸으니 편하게 말씀하시라고 말했다.
"오백만 원..."
"아... 예... 알겠습니다"
소장이 무슨 죄인가... 싶었다. 어쨌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금액이 상관없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너무 적었다. 당황한 티를 안 내려고 빠른 답을 했는데 모르겠다.
11pm 정도 됐으려나... 이건 아니다 싶어 소장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걸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템플릿으로 커스터마이즈 진행을 하면 사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너무 없다고 했다. 전문 커스터마이즈 업체랑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소장은 그런 이유라면 그냥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동료인 Mr.권에게 연락했다. 미팅 결과를 공유했다. Mr.권도 금액에 당황하고 템플릿 커스터마이즈에 실망했지만 기왕 결정 난 거 시작인데 잘해보자 하고 좋게 마무리했다. 다만, H사 대표와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우리 모두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계약서는 안 썼지만 결정은 되었다.
  • 500만 원
  • 클론
  • 2달 남짓 기간
  • 기획 없음
  • 템플릿 커스터마이즈
  • 커뮤니케이션 어려움
다음날 동료인 Mr.화는 놀란 돼지 토끼 눈을 했다. 그래도 금세 긍정적으로 잘 됬다고 위로했다. 잘해보자고 다짐했다.

3번째 미팅

이틀이 지났나? 소장의 연락이다. H사 대표가 토요일에 미팅을 원한다고 했다. 미팅을 또?! 어젠다가 무엇인지 시큰둥하게 물었다. 소장도 이런저런 상황이 미안한지 난처한듯 말했다. H사 대표가 계약 전에 할 이야기가 있는듯하다고 했다.
문제는 장소였다. 파주라고 한다. 우리는 서울 동쪽에 위치했고, 소장 그리고 H사 대표도 파주 기준으로는 동쪽에 있었다. 이해가 안 갔다. 소장에게 파주는 미팅과 너무 상관없는 장소고 합리적이지 못하니 중간으로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장은 난처한 듯 가능하면 파주에서 보자고 했다. 대표가 그쪽에서 꼭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해도 안 가고 짜증도 났지만 알겠다고 했다.
후...
토요일이다... 2시간 정도 서울 끝에서 끝으로 갔다. 미팅 장소에 갔다. H사 대표가 예전에 프로젝트를 맡았던 곳이 미팅 장소였다. 지난날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내용은 이전 두번의 미팅과 다른것이 없었다. 이전과 같은 대화를 30분정도 하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자신이 했던 프로젝트를 장소를 돌며 그 당시 자기 업적을 1시간 정도 이야기하는 것으로 미팅은 마무리됐다.
무엇을 인정받고 싶었을까? 현재 돈이 부족한 자신의 회사가 창피했을까? 그날 H사 대표의 모습은 초라했다.

첫 계약

6주 차 월요일이다. H사 직원 연락이 왔다. 계약서를 보냈다고 했다. 내용은 선수금 40%, 잔금 60%에 일반적 사항들이었다. 내용 확인 후 내용 수정 없이 첫 계약이 채결되었다.
H사 직원에게 개발을 위한 자료들을 요청했다. 시간이 2달 남짓이라 디버깅까지 생각하니 빠듯했다.
이전 다양한 견적들을 피하고 피해서 만난 첫 계약이였다. 콧대 높았던 과거를 벌받는다 생각했다. 더 겸손해지자 다시 한번 다짐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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