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3, 2019

[08] 업어치기 한판

업어치기
갑자기 몸을 돌려 궁둥이에 상대방의 배를 대고 들어올려 업듯이 하여 둘러 메치는 기술을 말한다.
[유도] 메치기 기술 중 손기술에 속하는 것으로 상대를 자기 등에 업어서 어깨 너머로 크게 원을 그리며 메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동작의 결단력과 기민을 요하는 것으로 한 팔 업어치기와 양 팔 업어치기가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업어치기 (체육학대사전, 2000. 2. 25., 민중서관)

찜찜

8주 차다.
꾸역꾸역 꾸덕꾸덕...
타이어 바람이 모두 빠지고 이리저리 제멋대로 휘어버린 바퀴 달린 리어카를 7주간 끌고 온 기분이다.
만들어 놓은 서비스는 아주 잘 돌아간다. 우리도 놀랄 만큼 깔끔하고 오류도 없다. 500만 원에 만들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싶다. 복잡하고 난해한 IR 자료를 보고 이런 서비스를 만들었다니... 우리 스스로 대견했다. 완료까지 5일이 남았지만 추가 기능 한 개 추가하는 것 외에는 모두 깔끔하게 완료되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찜찜한 기분은 몰까?
모지...
담배를 피우며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H사 대표는 연락이 안 되고 직원과 대화를 통하여 서비스를 끌고 왔다. 기획자도 대표, 결정권자도 대표다. 그리고 이 어린 친구가 우리와 대표 사이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한다.
서비스가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럼 슬슬 마무리 관련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아니, 오히려 H사에서 완료를 가장 원하는 입장이니 독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상하다. 이상하게 조용한 H사...
마지막 대화는 출장이 아직 미정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가장 중요하다는 기능도 관심 없는듯하다.
에이... 설마...
설마 하며 담배 한 대를 다 태우고 사무실로 왔다. 최대한 기간 맞춰 완료하기 위해 이번에도 우리가 먼저 마지막 남은 기능을 정의해 보았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하는 기분이지만 최대한 H사 대표로 빙의되어 기능을 정의했다. 그리고 H사 직원에게 정리한 프로세스를 보냈다.
'프로젝트 기간 준수'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프로라면 프로답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 우리가 신뢰를 얻는 첫 번째 단추다. 그리고 늦어지면 우리도 손해다. 신뢰도 잃고 시간도 잃는다. 다행히 지금 충분히 가능하다.
너무 완벽하다 싶을 만큼...

완벽한 타이밍

H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가 정리한 프로세스가 어떤지 답변을 듣기 위함이었다. 직원은 좋다고 했다. 그렇게 진행해 달라고 했다.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끝. 났. 다.'
머릿속에 세 글자가 지나갔다. 직원에게 하루 만에 작업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인계를 받을 날을 물었다. 사용법, 관리 등등... 사무실로 금주 내에 방문해달라고 했다. 끝 날것 같지 않던 프로젝트가 이렇게 잘 마무리되다니 너무 기뻤다.
다음날, 작업은 완료되었다.
훗!
H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업 완료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기 위함이었다. 직원에게 완료 되었다고 말하고 인계받으러 언제 올지 물었다.
"아... 예..."
"죄송한데요..."
"대표님이 지금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신다고..."
"WIX에 저희 대표님이 해놓으신 대로 변경해달라고..."
직원이 말끝을 흐리면서 할 말은 다 했다.
머릿속이 하얗다는 게 정말이였다. 이제 마감 3일 남았다. 너무나 완벽하게 무방비로 H사 대표에게 업어치기 한판으로 공중을 제대로 날아서 땅바닥에 내리 꽂혀버렸다.

presentation
아니 이게 무슨일인가....
이게...
...
..
.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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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편] 외주를 결심하다.
  • [02편] 견적 요청
  • [03편] 첫 만남
  • [04편] 첫 외주
  • [05편] 미팅 그리고 미팅
  • [06편] 외주 업무 시작
  • [07편] 거의 다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