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M02 15

[09] 그래... 해줄게

깝깝

가슴이 답답하다.
...
"디자인 싫어요"라고 진작 말할 수 있었잖아... 시간 많았잖아...
"디자인 싫어요"라고 진작 말할 수 있었잖아... 시간 많았잖아...
"디자인 싫어요"라고 진작 말할 수 있었잖아... 시간 많았잖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후우...
아.오...!!!!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라 않히고, 이성을 바로잡았다.

그래! 그럼!

아직 통화 중이다.
"음..."
"그래서 제가 예전부터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니 마음에 안 드시면 언제나 편하게... 말씀 달라고 드렸던 건데..."
"이제 와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흠..."
"대표님 해놓으신 그대로 해드리면 되는 건가요?"
"ㅎㅎㅎ"
난 억지웃음소리 몇 번 내며물었다.
"예..."
H사 직원 역시 중간에서 매우 난처한듯했다.
내가 다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게 하도록 하죠 뭐... 그래도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한번 방문해주셔서 사용방법이나 관리법 등 인계를 한번 받으셨으면 합니다."
어차피 디자인 수정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 외는 완료가 되었기 때문에 사용 설명도 한번 듣고 유지 보수를 위한 설명도 들어야 했다. (H사에서 유지 보수를 직접 하기를 원했다)
H사 직원은 다음날 방문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했다. H사 직원이랑 자주 만난 적은 없다. 그래도 잦은 전화 통화와 카톡 대화를 해서 그런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H사 직원에게 먼저 디자인 수정하고 있는 페이지들을 보여줬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확인차 물었다. H사 직원은 갑자기 당당한 어조로 웃으며 이야기했다.
"디자인 저희가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대표님께서 내부적으로 관리하고 확장하려면 제가 직접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찝찝하고 반가운 소리인가...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내 디자인이 너무 싫고 못 미더운가?', '휴... 끝.났.다.' 이런 두 가지 생각이 들어서 다시 물었다.
"아, 제가 하는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안 드셔서 그런 건가요?"
"만약, 그런 거라면 마음에 드실 때까지 작업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내 자존심이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행히도 H사 직원의 말 그대로라고했다. '와우!' 너무 좋은 티를 내고싶지 않았지만... 분명 났을거다. 신나서 디자인부터 유지 보수 관련 내용을 아주 상세히 설명하고 함께있는 자리에서 문서로도 다시 보내줬다. 나도 그리고 직원도 만족하는 마.지.막. 미팅 자리였다.

그래... 그랬구나...

이제 모든 것은 인수인계가 끝났다. 마지막 인사말처럼 H사 직원에게 언제든 궁금한 것 있으면 편하게 문의 달라고 했다. 그런데 바로 H사 직원이 나에게 문의했다.
"사실, 제가 H사를 그만두고 싶다... 하는 일도 그렇고...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그렇고..."
H사 직원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분명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입사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마 8~9개월이나 됐나 싶다. H사 대표와 사무실도 없고... 커뮤니케이션은 나보다 더 힘들었을 거라 예상됐다. 나는 잠깐이지만... 시시때때로 사사건건 커뮤니케이션을 했을 텐데... 오죽했을까.. 싶었다.
여러 조언?! 을 내가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처음부터 너무 힘든 회사에 입사하셨네요. '스타트업'이라는 게 미디어에서 접하는 멋진 곳도 많지만 대부분은 지금 계신 곳처럼 아무런 계획도 체계도 안 잡혀져있어 너무 힘들 수 있습니다. 3~4개월 더 고민해보시면서 개선하려고 노력도 마지막으로 더 해보시고 1년 채울 때까지 고민해보시는 건 어떻까요?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닌것같아..."
"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힘든걸 충분히 이해하기에 진심으로 답변했지만 역시나 좋은 답안은 줄수 없었다. 최대한 당신의 힘든 마음에 동의한다는 위로만 하고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첫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H사 대표는 잔금을 입금했고 마지막 통화에서... 또 횡설수설 되는 또 다른 플렛폼 계발을 문의했다. 웃으며 당분간 다른 프로젝트로 힘들 것 같다고 거절하며 마지막 통화를 '잘?!' 마무리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안 끝날 것 같은 프로젝트도 다 끝은 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