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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수술, 상전모시기//

 너도 울고 나도 울고.

 아직도 생생하다.  쏴한 소독약 냄새의 입원실, 쨍한 형광등 불빛, 찢어지게 울어대는 소리들, 겁에 질린 비누 얼굴, 원망하는 듯한 비누 눈빛,  넋나간 듯 수술부위를 쳐다보는 비누 시선, 몸을 가누지 못해 앉아서 소변을 보는 비누 모습, 그리고 그 모습에 충격받은 비누의 모습.. 

이 모든게 우리를 울게 만들기 충분했다.


  예정된 일이었다고 생각할란다.

 이상했다. 비누가 산책을 하면서 만나는 다른 견주들은 "아이고 아이가 예쁘네요." 로 시작해 "다리는 괜찮아요?" 라는 질문으로 끝났다. 왜? 왜? 슬개골이 뭐가? 초록창에 슬개골을 검색하니 심장떨리는 글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결국 수술로 끝난 수 많은 정보들. 




  슬개골질환에 대해 알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비누의 뒷다리에 집중했다. 다리를 중간중간 들고 걷지는 않는지, 아파서 다리를 핥거나 물지는 않는지, 걷는 모양은 어떤지, 괜히 만져보고 쳐다보며 비누다리에 강박이 생길 쯤 비누가 다리를 들기 시작했다. 망했다.

 정말 망했다. 비누가 수술을 해야 할 지 모른다는 공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확실하다. 망해도 한참 망했다.


망했어 비누야.//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자.

 중성화 수술을 고민하면서 슬개골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어야 했다. 결론은 내 곁에 두고  적어도 1년은 지나서 수술을 하자는 것이었다. 어린 비누에게 감당하기 힘든 고통은 주기 싫었다. 우리 비누가 너무 불쌍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동물병원이 이리 많은지 몰랐다. _하긴 어느순간부터 동물병원만 찾아 다니고 눈에 불을 켜고 동물병원을 검색하고 모두 방문했으니..._ 비누의 슬개골 진단은 기수의 차이가 있었을 뿐 모든 의사들이 슬개골 탈구를 의심하고 확진했다. 망했다 정말.  심장이 요동치고 우리 비누의 눈을 바라보면서 '너 어쩜좋냐'고 한참을 혼자 떠들어 댔다. 

우리 비누 정말 어쩜좋아.




 바닥위는 카펫으로 깔아놓았다. 매트와 러그, 유아용 매트까지  비누의 슬개골을 위한 장치를 하나씩 마련해 나갔다. 집안에서 정신놓고 뛰어다닐때는 겁이나서 안아버렸다. 혹시라도 미끄러질까 발바닥 털은 매주 밀어줬다. 근육량도 늘려야 한다기에 단백질 섭취와 산책도 매일 다녔다. 물론 관절 영양제도 함께 먹였다. 뒷다리로 서서 날 반길때는 바로 바닥에 주저앉아 높이를 맞춰줬다. 높은 곳에서 내려오면 안된다 하기에 점프할 만한 곳에 올려놓지도 않았다.(사실 우리 비누는 소심해서 뛰어내리지도 못한다.) 그래도 자기만 바닥에 있으면 뭐그리 서운한지 하도 짖어대서 쇼파용과 침대용계단을 두개나 마련해 줬다. 그래도 한계는 있었다. 결국은 수술이었다.


결국은 수술이었다. 결국은 수술이었어.//


변경된 수술계획.

 비누의 수술 날짜가 잡혀졌다. 혹시모를 사고와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흔히 말해 수술 중 최악의 상황으로 아이가 죽을 수 도 있다는 것에 동의를 하면 수술은 바로 시작된다. 비누 눈을 마주치기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해야된대 비누야..'


 처음의 계획은 단순한 편이었다._하지만 나에겐 상담 때마다 소름끼치는 설명이었다. 익숙해지기 힘들었다._ 제자리에 고정하여 뼈가 옆으로 빠지지 않고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사람의 무릎뼈에 해당되는 슬개골을 파주는 것이었다. 이는 흔히 활차구 성형이라 불리며 비누도 본 성형술을 받게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누는 다리정렬을 맞추기 위한 정강뼈 결절 변위 수술을 진행하고 회복실로 옮겨졌다.  정강뼈 결절 변위 수술은 아이의 탈골정도와 형태에 따라 진행하는 수술로 뼈를 깎아내고 핀을 박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수술 전 몇 번을 찍었던 X-ray에서는 아무설명도 없었으면서, 내가 몇 번을 물어볼 때마다 활차구 성형만 이야기 해줬으면서 우리 비누 슬개골에 핀을 박았다고 하니 원장에 대한 배신감마저 밀려왔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추후 경과를 지켜보고 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세상이 무너짐. 근데 너무 귀여움.//


상처로 남은 수술.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루종일 비누 수술만 생각했고 혹시라도 잘못될까 전전긍긍했다. 평소에 내가 더 착하게 살 걸, 좋은 말만 할 걸, 우리비누한테 좋은 것만 해줄 걸, 이놈의 걸걸걸이 내 머릿속을 채워갔다.

 입원실 유리를 앞에두고 비누와 눈을 마주쳤다. 비누의 겁에 질린 눈빛과 그래도 내가 자기 엄마라고 나한테 오려고 앞발로 끙끙거리는 모습에 체면을 불구하고 바닥에 앉아 펑펑 울고 싶었다. 나 좀 신나게 울게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비누도 그랬겠지. 비누도 펑펑 울고 싶었겠지. 깔끔떠는 녀석이 앉아서 오줌을 싸고 자기 몸에 묻고 자기 집도 아니고 자기 이불도 아니고 엄마도 아빠도 없고 주사는 꽂혀있고 산만하게 움직이는 간호사들과 주위에선 짖고 울어대니 비누도 펑펑 울고 싶었겠지. 엄청 무서웠겠지. 그리고 너무 아팠겠지.  

 비누가 날 원망했을까?..


비누는 짜증나 죽는다는데 힘들다는데 너무 귀여움. 다시 봐도 너무 귀여움.//


다신 하지 말자.

 언급했듯 비누는 경과를 지켜보며 핀을 제거할 지 말지 결정할 것이다. 선택의 여지없이 핀 제거수술을 해야한는 것 말고 다시는 다시는 수술대에 올리지 않기로 결심했다._비누야, 미안한데 너 스케일링은 시킬거야. 미안._

 슬개골 수술 후 재수술을 진행하는 아이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수술을 진행한 수의사의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으나 생활 속 잘못된 습관으로 문제를 일으켜 재발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뒷발로 서는 행동, 마루 혹은 장판생활로 다리가 미끌어지는 상황,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행동, 발바닥 털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 등 보호자가 예방할 수 있는데 안해서 생기는 재발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수술 후 아이의 모습을 직접 본 보호자라면 절대 소홀해 질 수 없다. 소홀해 진다면 당신은 아이를 키우면 안되는 사람이었다. 


우리 비누 소세지 다리.

 

상전을 모시다.

 상전을 모셔도 이렇게 극진히 모실 수가 없다. 짧은 입을 갖고 있는 비누에게 입맛 돋우라고 고기 반찬 만들어주고 닭가슴살만 주기엔 영양분이 너무 부족해 사료에 닭가슴살을 돌돌 알아서 주고 불편한 두 다리 때문에 여기저기 결리지는 않는지 마사지도 해주고 쾌적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혹시라도 불편할까 움직이는 동선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비누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줬다.  

 그래도 여전히 눈이 가고 맘이 쓰리고 더 잘해주고 싶었다. 



 비누는 수술 3일 후 퇴원했고 5일 후 종종 걷기 시작했으며 8일째 되던 날 깁스를 풀렀으며 15일째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뛰어다녔다. 

 수술 후 회복의 속도는 아이들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심지어 걷지 않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한달이 넘게 걷지 않는 아이들의 보호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무섭고 조바심이 났을까? 비누는 다행히 잘 적응하고 회복해줘서 그런 걱정 하나는 덜었다. 대신 눈 뒤집어 까고 뛰어다녀서 수술부위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기는 했다. 


깁스를 풀면 괜찮은 줄 알았다. 우리 비누 다리가 흉터 투성이었다.//


생각보다 수술부위가 커서 놀랐다. 그래도 잘 회복해줘서 너무 고맙다.//


털이 안나면 어쩌나 했는데, 털도 나기 시작한다.//


주기적인 검사

 수술 후 주기적으로 X-ray를 찍었고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비누는 경과가 좋은 편에 속했고 뼈가 잘 붙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아직 핀을 제거할 지 결정하지 않았지만 제발 제거하지 않고 평생 살아갔으면 한다. 

 수술 후에도 보호자의 관찰은 계속 되어야한다. 비누는 여전히 뒷발을 토끼처럼 뛴다. 슬개골 탈구 증상 중 하나인 뒷발을 동시에 딪으며 뛰는 모습이 아직도 있는 것이다. 가끔은 신경쓰이게 한 쪽 발을 들기도 한다. 다행히 비누는 큰 문제가 없었다. 간혹 예전의 행동이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되어 수술 후에도 같은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증상이 보일 경우 습관이겠거니 넘기지 말고 검사와 상담은 필수다. 


슬개골 탈구, 변형, 수술.

 슬개골 탈구와 변형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소 중 대표적인 것은 일상생활에서의 문제점이다. 굳이 내가 나열하지 않아도 예상되고 많이 알려진 것들이 많다. 

 비누는 선천적인 문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선천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에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치료해야 했다. 슬개골 탈구로 인해 관절연골손상, 무릎인대손상, 허벅지근육 위축, 신경손상 등의 문제가 발생되고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적극적인 재활과 운동을 통해 비수술 요법을 활용하여 수술없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나 슬개골이 탈구되기 시작하면 자연치유가 어렵다. 




 슬개골 탈구는 증상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다. 

1기의 경우 체중관리와 함께 운동과 재활치료등으로 악화를 막을 수 있으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허벅지 근육의 발달을 위해 관련 영양제와 운동을 병행해야 하며 근육마사지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2기로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2~3기의 경우 보통 수술을 권한다. 필요에 따라 염증치료, 통증치료, 재활치료 등을 병행하며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4기의 경우 말기로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외형적인 기형이 나타나고 통증이 심하다. 또한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의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때에 따라서는 수술자체가 불가능 할 수 있다. 수술이외의 치료를 통해 3기로 낮추거나 수술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은 저주파치료, 침, 초음파마사지, 레이저, 수중재활, 보조기, 한방치료등 다양한 치료방법이 제안되고 있으며 재발을 막기위해 운동요법, 식이요법, 재활요법,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뭐가 되었든 아프지 않아야 하고 다치지 않아야 한다.


비누야 비누야 세상에서 하나뿐인 비누야.

"오빠는 소원이 뭐야?" 
"너랑 나랑 비누랑 오래 건강하게 사는거"
"오빠는 비누가 손도 많이 가고 아픈곳도 많고 말도 안통하는데 예전에 처음 비누 만났을때로 간다면 비누 데리고 올거야? 키울거야?"
"응, 더 잘 키울 수 있을 거 같은데"
"오빠는 행복해?"
"응, 너무 행복해"
"왜 행복해?"
"너랑 같이 있고 비누랑 같이 사는게 너무 행복해"

 나도 똑같다.  남편과 비누가 함께하는 나의 삶이 너무 행복하고 눈물나게 감사하다. 

 나는 순간순간 신이라고 하는 존재에게 부탁한다. 우리 비누가 아프지 말고 내 곁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해달라고. 

 왜 우리 비누 글을 쓸 때면 목구멍이 따갑고 눈은 먹먹해지는지... 

 참 신기한 녀석이다.


우리 비누 꼬꼬마 시절. 유치도 어쩜 이리 귀여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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