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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내가 개를 키울거라 생각한적 없었어.
그리고 니가 이렇게나 예민한 년일지도 몰랐어.

지금 생각해보면 사기당한게 맞다.

순진한 까만 눈동자에 한번 사기당하고...

분양해준 사장님께 두번 사기당하고...

비누년을 처음본건 2015년 11월 28일 토요일.

 시아버님께서 세상돌아가는 걸 직접 보고 알아야 한다는 이유로 주변 집값시세를 알아보러 다니다 지친 나는  무턱대고 '강아지구경'나 하러 가자고 오빠를 졸라댔다.

 참고로 내 남편은 자기 조카나 주위 아기들, 강아지들에게 "아이고 이쁘다." 한번 안 해주며 살아왔고 세상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경계하며, 미심쩍은 사람에게 굉장히 날이 서 있고 본인 스스로 사기 당한 느낌이거나 손해봤다는 느낌을 매우 싫어하기에 수시로 폭풍검색을 하는 남자이다.  (이런 남자가 날 사랑한다고 하니 난 좀 괜찮은 여자같다.)

 이런 남자랑 애견샵 구경이라..  나혼자 '예쁘다.예쁘다' 하고 나오겠지 했는데 왠걸, 이 오빠 비누에게 푹 빠져 버렸다. 나야 뭐 진작에 홀려버린지 오래였다.




현실적 고민에 주츰하던 찰나  훅 들어오는 사장님의 마무리 멘트 

"우리 얘들은 혼자 둬도 잘 놀고 탄탄하고 
아파서 골골 거리지 않아요"

완벽한 유효타였다.

 '혼자둬도 잘 논다.' '탄탄하고 아파서 골골대지 않는다.'

웃기네.. 노노, 절대, 네버 

 비누는 혼자서 놀지 못하며, 진작에 다리수술을 했고 다른 부위가 또 말썽이라 또 한번의 수술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나 의심 많은 오빠가 '강아지를 키우는 단점'을 왜 단 한번도 검색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이 예민한 년을 나와 내 남편이 키우게 되서 너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한다.


왜 이걸 안했을까. 왜? 왜? 왜? 왜? 왜?





 비누는 우리에게 너무 소중하며, 사랑스럽고, 자식같은 존재이며, 떠올리면 행복하고, 설레이며, 가슴 떨림을 주는 존재이고 

 비누년은 미숙아에, 다리가 기형이며, 두개골은 닫히지 않아 충격받으면 안되고, 수시로 눈이 충혈되어 관리가 필요하며, 드시는 것도 예민하여 사료를 몇 번씩 바꿔야 하고, 주둥이는 고급이라 싸구려는 먹지도 않으며(사실 싸구려를 먹일 맘은 눈꼽만큼도 없다.), 사람음식에 욕심이 더럽게도 많아서 먹을 때 눈치보며 몰래 먹어야 했고

 꼭 해야만 하는 수술로 심장 쫄리게도 만들었으며, 중성화 수술이 우릴 위한 수술인지 비누를 위한 수술인지를 수시로 고민했고, 아프면 상전처럼 받들어야 하고, 병원비는 더럽게 비싸며, 입원하면 혹여나 우리 비누 해꼬지 당할까 전전긍긍해야 했다.

 짖으면 짖는대로, 낑낑대면 낑낑대는 대로 신경쓰이는 년이며,  일어나는 패턴이 만날 바뀌어 숙면은 개나 줘버린지 오래이며, 스트레스 해소시켜줘야 한다고 아침저녁 산책은 필수, 노즈워크가 최고래서 수작업으로 코방석도 만들어줬다.(시중에 나와있는건 더럽게 비싸서 절대 사줄 엄두가 안남.)

 일하는 죄인이라 칼퇴근에 숨도 안쉬며 뛰어와야하며, 미용하고 돌아오면 개우울하는 모습 보기 힘들어 직접 미용도 해줘야했고, 건강하라고 우리엄마도 안사줬던 영양제도 먹이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명령이나 복종훈련은 내다버린지 옛날이며, 옷만 입으면 나도 데려가라고 지랄지랄, 지인이라도 만날라 치면 개를 싫어할까 눈치보고, 강아지 출입이 제한적이라 갈 곳 없어 미안하고, 밥 한번 쉽게 먹을 수 없으며.

하......... 또 엄청 많은데

"오맛, 비누야, 미안." 

 많은 불편함과 단점 투성이인데 그래도 좋다.

비누년이라 좋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적어도 진심으로 내 강아지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내가 왜 비누를 키우는지, 어떤 마음으로 키우고, 죽을 때까지 내 강아지가 어떻게 살길 원하는지. 

 비누가 온지 일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나와 내 남편은 지겹도록 싸우고 또 싸웠고 수십개의 논문을 쓸 정도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으며 100분토론과 같은 논의를 수 만번 거듭했으며 서로 행복하게 살기위한 방법을 오늘 아침에도 얘기 했으며 심지어 또 싸웠다.

"솔직히 말하면 일방적으로 내가 당했어!"


쓸데없이 이야기가 길어졌다.

나는 비누년과 지내온 시간동안 겪었던 경험과 느낌을 문맥, 문단, 문법 다 무시하고 써내려 갈 작정이다.

아마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하고 경험했거나

강아지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앞으로는 반려견이라 하겠다.) 사람들이 내 글을 참고하고 강아지 기르는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마침 비누가 한숨을 쉬며 날 쳐다본다. 저 년은 또 왜 날 보고 한숨을 쉬는 걸까..



시중 9만원짜리를 단돈 1만8천원에 한땀한땀 만들고 나는 어깨에 담이란걸 얻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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