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결제가 한국에서는 얼마나 통할까?

요즘 한국 기사들 중에 QR 결제를 다루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적인 의미가 있는 듯 한데, 그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식견이 없다. 다만, 중국에서 QR  결제를 2년 넘게 써온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사용자 편의성 관점에서는 약점이 많아 보인다. 간단히 질문해보자.
한국에서 신용카드보다 QR이 편한가?
지갑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면 필자는 앱을 찾아 실행시키고 QR을 스캔하는 노고를 감수하고 싶지 않다. 단순히 중국에서는 QR로 대부분의 결제를 한다고, 대한민국에서도 똑같이 통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판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어떻게 QR의 나라가 되었는가?

2년쯤 전에 필자가 중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QR 결제의 편리함에 깜짝 놀라 쓴 글이 있다. 시장에서 해바라기씨를 사려는데, 지갑을 두고 와서 '아차'했다가 QR 결제로 지불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안도와 동시에 놀랐던 경험이 아래 사진에 담겨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갑이 필요없는 결제 환경을 QR 결제가 널리 쓰이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미 신용카드 사용도가 높아 애플페이 실적이 신통치 않다고 들었다. 한국이라고 예외일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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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시장에서도 지원하는 위챗페이
시장에서의 경험이 있은 후에 중국에 오래 사셨던 분들께 물어보니 개인간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공산당(혹은 중국 정부)이 개인간 송금(혹은 거래)에 대해서는 세금을 걷지 않기로 했고, 전자지불 활성화에 크게 기여 했다고 평한다.
은행에서 신용카드 발급이 쉽지 않던 시기에 현금을 간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수단이 상인들이나 거래를 원하는 개인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이었을까?
하지만, 필자는 그저 중국에서 생활하고 일하고 있을 뿐인지라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연구할 생각은 없다. 단지, QR결제가 편해서 널리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오산이라는 이야기를 중국 경험을 통해 얘기하려는 것뿐이다.

QR은 오프라인에 뿌려진 바로가기 아이콘?

중국의 QR 활용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일단, 결제 수단으로 QR에 익숙해지면 '앱을 켜서 스캔하는 일'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줄어든다. 그러면 그 습관은 널리 퍼질 준비를 마친 형국이 된다. 결제로 익숙해진 중국인들의 습관은 중국을 QR의 나라로 만든 주요 동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례를 모두 열거하면 끝도 없지만, 몇 가지만 살펴보자. 아래 그림은 언젠가 찾아갔던 어느 호텔 식당 프론트 사진이다. 계산을 하려고 다가갔는데, 앞에 두 개[1]의 QR이 있었다. 좌측 QR은 위챗 결제나 알리페이 결제를 위한 QR이고, 우측은 경비처리를 위해 세금계산서 성격의 영수증을 발행할 경우 사용하는 QR이다. 물론, QR을 사용하지 않고 종업원에게 요청하여 처리할 수도 있는데, QR을 찍는 경우는 대부분 대기 시간을 줄이고 싶을 때다. 마치 한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줄을 서고 싶지 않아 사이렌 오더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그와 유사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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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식당 프론트의 모습
아니면 앱 실행을 빠르게 할 때 QR이 널리 쓰인다. 북경에서 상해가는 기차에서 기차 좌석 옆 팔걸이에 있던 QR을 찍어 보니 음식을 주문하는 앱이 등장했다.

고속철 좌석 옆에 붙은 QR
중국에는 이미 식당에서 위챗으로 주문을 하고 결제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이미 익숙한 화면이다. 여기서 다루지 않겠지만, 중국은 그야 말로 배달 천국이고 앱을 실행하거나 주문하는 과정을 간편하게 하는데 QR은 그야말로 최고의 편리성을 제공한다. 오프라인에 돌아다니는 바로가기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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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주문 화면
정리해보자. QR 사용 습관은 결제 습관에서 출발했다(고 필자는 가정한다). 그리고, 결제하면서 익숙해진 QR 스캔은 도처에 퍼뜨려져 이제는 오프라인에 바로가기 아이콘을 붙이는 형국을 만들고 있다. 이런 중국의 금융환경과 생활 배경을 빼놓고 QR 결제의 편의성을 이야기하는 일은 반쪽자리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인증서와 ISP 따위의 지독한 경험을 제거할 수 있다면 QR 결제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겠지만...

디지털 기기 활용이 소비자에게 항상 매력적이지는 않다.

화제를 좀 돌려보자. 이 글을 쓰는 중에 날카로운 분석 글을 하나 읽었다.
하지만 이 매장에서 이런 가상 피팅 경험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 고객은 그게 무엇인지 알아도 실제 구매에 이것을 쓰는 경우는 적었고 단순히 재미로 몇 번 대어보고 그치는 식이었습니다. 업체에서 아무리 가상 피팅 사진을 개인 메일로 전송을 하고 가상 화면에서 즉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홍보를 해도 그 자리에서 그것을 통해 그렇게 구매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신박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재미있는 아이템은 왜 폭발적인 반응을 만들지 못했을까요? 앞서 터치스크린에서 언급한 고객의 기존 쇼핑 패턴과 유리된 점도 있고 O2O 쇼핑에서 말씀드린 고객이 그 자리에서 더 생생하게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그걸로 구매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을 것입니다.출처: http://www.mobiinside.com/kr/2018/10/10/peter-it/
마침 중국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던 무인 점포가 문을 닫거나 철수하며 시장의 검증이 한 차례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필자가 직접 방문했던 상해 도심 대형 쇼핑몰에 알리바바가 만든 매장에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인 매직 미러를 볼 수 있었다. 처음 방문할 때는 신기해보여서 디지털 기기 앞에서 뭔가(?) 어색한 행동을 해보지만, 이내 별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일회용으로 설치하기엔 비용이 상당해보이고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알리바바가 만든 매장의 매직 미러

마무리

간단히 마무리한 글에서 두 가지 사실을 말하려고 했다. 중국의 금융환경을 무시하고 눈에 드러난 모습만 한국에 이식하려 한다면 기대하는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국의 QR 코드 결제 실패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모양너머의 맥락과 가치도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3]
같은 이치로 오프라인 매장에 디지털 기기가 넘쳐나는 중국의 현실도 바라보면 새롭게 눈이 떠진다.QR 결제를 다루다가 갑자기 매직 미러 사례를 든 점은 매끄럽지 못하지만, 흥미위주의 시도를 실패 사례로 언급하여 화두를 던졌다. 이면의 가치를 단시간에 필자가 정리할 수는 없어 생각을 좀 다듬은 후에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주석

[1] 정확하게는 모니터에 붙은 것까지 3개인데, 설명을 줄이려고 2개만 설명한다.
[2] 과거에는 문서와 문서의 연결이었고, 지금은 단순히 문서가 아니라 편집 작업이나 화면을 통한 다양한 요청을 연결해서 복잡 다단한 웹 기반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3] 주제와 무관한 이야기지만, 필자야 이미 QR 스캔에 익숙하니 인증서를 묻는 지독한 한국의 결제 적폐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 QR 결제의 열렬한 팬일 될 것이다.